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 -조지프 히스.(노시내 옮김) by Scully






우파는 부도덕하고 좌파는 무능하다? 라는 물음을 화두로 좌파와 우파의 논리적 오류를 시원하고 명쾌하게 꼬집은 책.
책은 전체 2부로, 1부는 우파가 저지르는 오류라는 제목하에 여섯개의 장으로, 그리고 2부는 좌파가 저지르는 오류로 역시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제목을 살펴보면


제 1부 우파가 저지르는 오류

제 1장 자본주의는 자연발생적이다? 시장은 정부하기 나름이다.
제 2장 인센티브는 중요하다? 중요하지 않을 때만 빼고
제 3장 '마찰 없는 평면'의 오류 경쟁이 항상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제 4장 세금이 너무 높다? 정부가 소비자라는 신화
제 5장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잃는다? 국가 경쟁력은 중요하지 않다
제 6장 개인 책임이라고? 우파는 도덕적 해이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제 2부 좌파가 저지르는 오류

제 7장 공정 가격의 오류 가격을 조절하려는 욕망은 자제해야 한다
제 8장 "정신병적" 이윤 추구? 돈 버는 일은 나쁘지 않다
제 9장 자본주의는 망하게끔 되어 있다? 자본주의는 (겉보기와는 달리) 무너질 가망이 없다
제 10장 임금을 평등하게 하자? 어떤 직업은 여러 모로 열악할 수 밖에 없다
제 11장 부의 분배 왜 자본주의는 자본가를 잘 배출하지 못하는가
제 12장 하향평준화 평등을 추구하는 방법으로는 적절치 않다



저자는 우파와 좌파로 스스로를 칭하는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사고의 오류를 집어낸다. 특히 인상적인 몇 군데를 인용하자면,

제 4장 정부가 소비자라는 신화 중에서

사람들은 세금을 싫어한다.심지어 죽음과 세금이 인생에서 불가피한 두 가지로 언급될 정도다...세금만 유독 이런 식으로 언급되면서 사람들의 분노와 적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은 언제봐도 경이롭기만 하다... 즉 정부는 부의 소비자이며 민간 부문은 부의 생산자라는 것인데, 이런 관점은 완전한 착각이다. 사실상 국가는 시장과 정확히 동일한 양의 부를 창출한다. 다시 말하면 시장은 부를 창출하지 않는다. 부를 산출하고 소비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정부나 시장같은 제도는 아무것도 생산하거나 소비하지 않으며, 그저 사람들이 부의 생산 및 소비를 계획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일정한 장치가 되어줄 뿐이다. 더구나 한 개인이 생산한 것의 가치는 급여를 지불하는 주체가 정부냐 사기업이냐 하는 문제와는 전혀 무관하다. 치안이라는 임무를 맡은 자가 행하는 서비스는 그 사람이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경찰관이든 사설 경비업체에 고용된 경비원이든 국가의 실질적인 부에 기여하는 정도는 동일하다...공공재와 공공부문이 괜찮은 동음처럼 들리지만, 정부가 제공하는 재화와 서비스는 공공재라기 보다는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클럽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헬스클럽은 기본적으로 개인들이 다양한 운동기구를 공동으로 구매해서 사용하는 제도이다. 그런 제도가 이익인 것을 운동기구의 사용이 비교적 비경합성을 띠기 때문이다. 운동기구는 내구성이 있어서 짧은 기간 동안 여러 차례 사용해도 눈에 띄게 닳지 않는다. 더구나 회원 한 사람의 체육관 사용시간은 비교적 짧기 때문에 타인과 공동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대체로 정액의 입장료만 내고 들어가면 안에 설치된 기구는 전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식으로 소비가 조직된다...분양아파트의 경우에도 유사한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그런데 이 시점에서 어떤 사람이 나타나 갑자기 "아파트 관리비는 얼마나 높아야 합니?" 또는 '헬스 클럽 회원비는 얼마나 해야 적당하지요?' 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고 상정해보자. 이에 대한 대답은 물론 다른 요소들에 달려 있다...아파트를 구입할 때 관리비가 가장 낮은 아파트를 찾는 것이 상식적인가? 이번에도 대답은 다른 요소들에 달려 있다...바꿔 말하면 중요한 것은 관리비의 절대량이 아니라 그 관리비가 가져다주는 재화의 가치이다...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우리는 모두 요금을 내고 일정한 재화를 무료로 즐긴다. 우리는 그 요금을 세금이라고 부르지만 그 구조는 본질적으로 클럽 회비와 동일하다...이렇게 보면 세금은 본질적으로 사악하다든가 세금이 낮은 게 바람직하다든가 하는 시각은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금의 절대량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개인이 공공 부문(즉 모든 사람이 가입하는 클럽) 을 통해 얼마나 많은 재화를 구매하고 싶은가, 정부는 개인에게 어느 정도의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는가이다...게다가 정부는 걷힌 세금을 "소비"하는 게 아니다. 이는 근본적인 오류이다. 우리는 우리의 지출을 체계화하기 위해 정부를 매개수단으로 삼을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세금은 기본적으로 공동구매의 한 형태이다. 공동구매량이나 공동구매를 시도하는 집단의 크기는 경제적 번영이라는 관점과는 근본적으로 무관하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탈퇴를 원하는 사람과 단순히 무임승차를 원하는 사람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헬스클럽의 경우 내는 돈만큼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면 당신은 자유롭게 탈퇴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의 행실이 못마땅하면 헬스클럽 측에서도 당신을 쫓아내 편익 제공에서 배제시킬 권리가 있다. 반면에 국가는 ( 일정한 예외를 제외하면) 국민을 쫓아내지 못한다. 국민건강보험 공단은 당신이 당뇨병에 걸렸다고해서 민간보험회사처럼 당신을 보험에서 배제시키지 못한다. 여기에는 국민의 탈퇴권이 제한되는 대신 국가의 배제권도 제한된다는 분명한 조건부 약속이 존재한다. 후자는 마음의 평온이라는 형태로 편익을 제공하지만, 그 사실은 종종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당연시 된다.







제 5장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잃는다? 국가 경쟁력은 중요하지 않다 중에서

...그러나 매도인과 매수인 간에는 경쟁이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모든 경쟁은 국내경쟁이다...경제학 교과서를 보면 국제무역의 핵심 개념은 경쟁우위가 아니라 비교우위다. 양자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국제 무역의 열렬한 옹호자 가운데 다수는 무역이 구족적으로 쌍방에게 모두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대신 무역을 경쟁이라는 틀로 규정함으로써 본의 아니게 지지를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런 식의 접근은  세계화란 승자가 패자를 누르고 이익을 누리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인식을 강화시킬 뿐이다...



좌파의 오류중 제7장 공정가격의 오류 - 가격을 조절하려는 욕망은 자제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좌파가 가난한 소비자를 염려해 가격 인하를 바라는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이제 그런 전략의 한계는 뚜렷이 드러났다. 한편 좌파가 가난한 생산자를 염려해 가격 인상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이 견해는 선진국의 소비자는 부유하니까 저개발국에서 수입한 재화를 시장가격보다 높게 지불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개발 프로그램에 기여하는 자선행위 대신에 저개발국가에서 수입한 물건을 시장가격 이상을 내고 사라고 제안한다. 이러한 발상은 1991 년 더 바디샵이 도덕적 우월감을 약간 풍기며 시행하던 "원조가 아닌 무역" 캠페인을 통해 대중화되었다...캠페인에는 아프리카산 시어버터를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구매하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다...합의된 기준 단가는 킬로그램당 1,25파운드로 원산지 가격보다 약 50 퍼센트 높은 가격 수준이었다...게다가 바디샵은 킬로그램당 0.79 파운드 씩 추가로 얹어주면서 시어나무 재배 농가가 그 추가 금액을 지역 학교 및 기타 원하는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게 했다...몇 년 후 그 지역을 돌아본 존 스택하우스는 더바디샵의 계획이 초래한 참담한 결화를 보고했다. 더바디샵이 시어버터를 비싸게 산다는 소문이 돌자마자 이 지역에 시어 열풍이 불면서 과잉생산 현상이 발생했다. 너무가 뻔한 결과였고 현실이 경제학원론을 모방하는 비극적 사례가 아닐 수 없었다...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제안 받은 생산자는 이를 ' 세상이 더 많은 시어버터를 원한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제 10 장 임금을 평등하게 하자?

...아바 러너가 소득분배의 조정을 거론한 것은 조세제도를 이용해 소득을 이전시키자는 취지였으나 사람들은 흔히 소득분배의 조정을 임금의 조정으로 해석하는 우를 범하곤 한다. 이러한 명백한 유혹이 존재하는 까닭에 임금조정의 장단점은 특별히 따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사람들의 신경을 건드리는 자본주의의 특징 하나는 노동자가 노력에 상응하는 대가를 못받는다는 점이다...시장을 자연적 정의의 체계로 보는 견해가 우파의 사고를 지배하던 시절이 있었다. 경쟁시장은 노동자가 각자 자기 직장에 기여한 가치에 정확히 상응하는 임금을 받도록 보장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닐 뿐더러 관점도 완전히 잘못됐다. 임금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노동자가 무엇을 생산했느냐가 아니라 노동자가 얼마나 쉽게 대체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한편 좌파는 임금이 사회가 특정 노동에 부여하는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회적 인정의 오류에 종종  빠진다. 사실상 임금은 사회는커녕 고용자가 노동에 부여하는 가치로도 정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수많은 좌파들이 사회적 인정의 오류에 빠져 노동자에 대한 인식과 노동자의 사회기여도에 대한 인식을 바꾸면 근로빈민의 문제가 치유된다고 여긴다...열심히 일하는 착한 사람들에게 봉급을 충분히 주자는 소리가 당연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자본주의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분배정의를 위한 자선적 가격은 인센티브를 왜곡할 수 있다...시장 경제가 채택하는 대안은 단순하다. 경쟁적 노동시장을 갖추는 것이다...노동시장의 강제적 역할은 각 부문의 임금과 실업률을 통해 달성된다. 그런 의미에서 특정 임금의 공정, 불공정을 판단할 때는 우리가 노동시장을 이용해서 사람들에게 힘든 결정을 내리게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어떤 특정 직종이 생활임금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임금이 불공정하기 보다는 사회가 그 직종에 더 많은 인력을 요하지 않으며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이 그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는 뜻이다...업무 내용만 보고 그 일이 얼마나 가치를 지니는지 직관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장경제에서 임금은 가격이며 한 재화의 가격은 항상 여타 모든 재화의 가격에 의존한다. 게다가 가격은 근본적으로 상대적 희소성을 반영하므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특정 직종에 종사하고 싶어하는가, 그 직무를 수행할 능력은 갖추고 있는가 하는 점이 강력히 임금을 좌우한다. 임금은 이와 같이 직무의 실질적 내용이나 직무 수행에 요구되는 노력 말고도 각종 외부 요인에 좌우되므로 직감적인 도덕 판단에만 기대어 특정 임금의 공정성 여부를 논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정치적 판단이나 무용한 노동시장 정책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자본주의는 좌파가 주장하는 것처럼 하루 아침에 싸그리 무너져 사회주의 경제체제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논리를 전개한다. 물론 그의 가정이 백 퍼센트 맞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저자가 예로 드는 마약상과 전 지구에 걸친 마약 유통 경로를 통해 지구상에 매도인과 매수인은 '어떻게든 서로를 찾아내게 되어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개인적으로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무너져 내릴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본다. 
딱 부러지게 이것이 해결책이다 라는 결론을 보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이 책이 조금 싱거울 수도 있겠으나, 그러한 태도 역시 수많은 오류를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은 단 하나의 요소에 의해 일도양단적인 그리고 즉각적인 결과가 초래되는 것은 단 하나도 없지 않은가. 결국 조심스럽게, 지혜롭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 나갈 수 밖에 없다.
저자가 들어가는 글과 나오는 글에서 지적하는 바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좌파 혹은 우파로 칭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꼭 되짚어 봐야 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이 책은 목적이 다르다. 나는 사기업의 미덕을 설파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자유무역의 경이로움이나 정부개입의 부당함에 관한 단순 무쌍한 설교도 없을 것이다...마르크스는 자기 시대의 주류 경제학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파악했지만 부분적으로 마르크스의 영향을 받은 오늘날의 좌파 내지 급진적 이론가들은 경제학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현상으로부터 바람직하지 않은 두 가지 결과가 초래된다. 첫째는 보수파가 자기들 견해의 근거로 내세우는 쓰레기 같은 논거를 대부분의 좌파들이 제대로 지적해내지 못한다는 점이다...좌파의 경제학적 무지가 부르는 두 번째 문제는 의도는 좋지만 성공할 가능성이 없거나 돕고자 하는 수혜자에게 실상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을 만들고 선전하느라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는 사실이다...
                                                             -들어가는 글 중에서.



...세상이 이렇게 복잡하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을 경제적 오류에 관한 참고서로 저술했다. 엄정히 말해서 오류란 옳은 전제에서 출발해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게 만드는 논리를 가리킨다. 오류와 단순한 실수의 차이점은 오류는 처음 들으면 맞는 소리처럼 들린다는 데 있다. 실제로 논리의 오류를 꿰뚫어 보려면 상당히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살필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
우파는 시장이야말로 현실적으로 성취 가능한 여러 버전의 세상 가운데 최선의 세상을 제공한다고 우리를 설득한다. 진정한 경쟁 시장이 형성될 가망이 분명히 없는 상황에서도 경쟁만이 만병통치약이고 시장만이 해법이라고 권한다. 경험적 증거도 없이 순전한 가공의 공리에 근거해 정부의 비효율성을 비난한다. 자유나 개인 책임이라는 명분 아래 대중에게서 상호 이익인 위험분산제도를 앗아가고 목매기에나 딱 좋을 만큼의 새끼줄만 던져준다. 상황이 이런데도 좌파는 모든 경제적 불의는 정부의 지시나 법률 개정을 통해 거래 조건만 고쳐주면 해결된다고 우리를 설득하려 한다. 임대료가 너무 높다고? 임대료를 내리도록 강제하면 되지. 산업공해가 있다고? 공해물질을 배출하지 못하게 하면 되지. 임금을 충분히 안 준다고? 법으로 임금을 인상시키면 되지. 가난해? 돈을 더 주면 되지. 왜 아예 정부한테 전부 떠맡겨버리면 좋지 않겠는가. 그러면 괜히 귀찮게 욕심 사납고 이윤만 아는 민간 부문을 거칠 필요 없이 우리 손으로 직접 정의로운 일들을 수행할 수 있지 않겠는가.
빠르고 간단한 해결책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에는 해피엔딩이 없다...

                                                               - 나오는 글 중에서.





세 치 혀 놀리면서 손가락만 까딱거리거나 아무것도 모르면서 목소리 큰 사람들끼리 모여 무조건 밀어붙이면 다 되는 줄 아는 무식한 선동은 사실 둘 다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내게는 단비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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