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기 에반게리온 - 김경주 by Scully








아마도 이것은 (  ) 괄호 안의 해저

태어나지 않은 내 아이의 지독



창밖으로

새들의

귀지가 날린다



뼈 없는 허공이

귀지로 다 덮인다

밤이라고 한다

그 가문(家門) 을 후려치고 갈 수는 없을까



인간의 귀는

외관보다는 내관에 가깝다

안으로 듣는 귀가

외로울 때

소리는 위독하다



가령,

새들의 날개는 운이 좋아 밖으로 나온 내장이라고 생각한다

부두에 내려앉아 내장을 말리는 새들!



귀지를 흰 종이 위에 파놓고

부엌의 숟가락처럼 등이 어두워지는

아마도 이번 생은

내장기(內腸期) 가 아닐까



주먹 쥔 손에선 허공의 내장이

자꾸 터진다

내장에선 또 수백 개의 귀들이 부푼다



-김경주 시집 <기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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