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by Scully






몇 년 전 없는 재주로 무리해서 수필집을 낸 적이 있다. 가끔씩 방송이나 신문에서 소개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1급 장애 여교수의 인간 승리, 그녀의 치열한 삶 등등으로 요약된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책을 소개하는 TV 교양 프로그램에서 문인 220 명에 의해 설날에 가족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으로 내 책이 뽑혔다고 했다. 시간에 맟줘 TV를 보니 마침 사회자가 내 책을 들고 소개 하고 있었다. "서강대 장영희 교수의 <내 생에 단 한번>은 자서전적 에세이집입니다. 요새 암투병 중이라 투병 중 느낀 바를 적은 책입니다." 옆에 있던 사회자가 때 맞춰 쯧쯧 혀를 찼다.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그 책은 이미 4년 전, 내가 암에 걸릴 줄은 꿈에도 몰랐던 때에 쓰여진 책이다. 그러자 특별 게스트로 출연한 코미디언이 한마디 거들었다. "그런데 저자 장영희 씨는 1급 신체장애인이라네요." 순간 세 사람 모두 고개를 숙이며 죽은 사람에 대해 묵념하듯이 눈을 내리깔고는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책에 대한 소개는 그게 다였다.
 
                                                                        본문 중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우리의 고정관념과 편견과 허영심과 동정심으로 부터 , 과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비장애인은 절대로 장애인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우리 모두는 언제든지 장애인이 될 수가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고 특별한가? 특별히 동정받아야 하거나 특별히 존경받아야 하는걸까? 흔히 우리는 첫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흔히 그네들의 , 어쩄든 비장애인들보다는 핸디캡을 하나 더 안고 살아가는 그들의 치열함에 존경을 표해야 한다고 생각할 법도 하다. 이에 대해 장영희 교수는 담담하게 말한다.


...'자서전적' 에세이니 불가피하게 나의 신체장애에 관한 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의도는 장애인 장영희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형태의 삶의 장애를 갖고 있는 인간 장영희에 대해 쓰는 것이었다. 그리고 난 암만 생각해도 내 삶이 별로 치열한 것 같지 않다. 아니, 내 삶이 리열하고 감동스럽다면 난 이제껏 치열하고 감동적으로 살지 않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어차피 인생은 장애물 경기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작은 드라마의 연속이고 장애물 하나 뛰어 넘고 이젠 됐다고 안도의 한숨을 몰아쉴 때면 생각지도 않았던 또 다른 장애물이 나타난다. 그 장애가 신체장애이든, 인간 관계 장애이든, 돈이 없는 장애이든, 돈이 너무 많은 장애이든 ... 아무리 권력 있고 부를 누리는 사람이라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인데, 왜 유독 신체장애에만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가...

                                                               본문 중에서





때로는 몰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동정이 단순한 배척보다 더 무서울 수가 있다. 그건 수직적 시선이요 일종의 권력이니.








덧글

  • 어릿광대 2009/10/25 03:57 # 답글

    중학교 사회 선생님 추천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다양한 책들의 정보도 얻고 했는데 장영희 교수님의 마음의 아픔이라고 할까요?그걸 느꼈습니다...
  • Scully 2009/10/25 16:40 #

    전 그 분의 장애인으로서의 고난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웃고 사랑하고 아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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